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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필드/축구

위기의 슈틸리케호, 월드컵 예선전 대비 대표팀 조기 소집의 배경

by 투필드 2017. 1. 7.

2002년 히딩크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아시아팀 초유의 4강 신화를 이룩하게 된다.

이러한 성공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조기+장기 소집 합숙 훈련으로 체력과 조직력을 극대화 했다는 부분을 절대 간과할 수 없다.

 

물론 그 당시에는 우리 대표팀 선수 중에서 유럽파 선수로는 설기현과 안정환이 고작이었고, 사상 처음 홈에서 펼쳐지는 월드컵 대회라는 점에서 선수 차출 문제에 있어 K리그의 대승적 차원의 안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히딩크를 사령탑으로 한 한국대표팀은 월드컵을 대비한 장기 플랜에 따른 쓰디 쓴 시행착오를 마음껏 경험하면서도 체력과 조직력, 그리고 경쟁력을 갖춘 경기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게다가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 직행이 확정된 상태여서 지역 예선전 참가도 불필요 했기 때문에 월드컵 본선 무대까지 체력적 손실이나 부상의 리스크에서도 제외된 상태였다.

  

 

그러나 2002년 이후, 이러한 상황은 완전히 급변하게 되어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유럽, 해외파가 급증했다. 즉 어찌 보면 축구 선진화의 한 과정일 수도 있다)

이제 유럽파의 비중이 상당히 큰 한국대표팀으로서는 아무리 월드컵 예선전이라 해도 대표 선수들을 조기 소집하여 원하는 만큼의 훈련 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시아 3강인 일본과 호주도 한국과 비슷한 사정이다)

  

그런데 반환점을 돈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2라운드를 앞두고 대한축구협회와 슈틸리케 감독이 FIFA가 보장하는 A매치 기간 전에 대표팀 선수들을 미리 소집해서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한다.

이는 곧 최종예선 1라운드를 거치면서 팽배해진 월드컵 본선행에 대한 상당한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2002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한국축구도 축구 선진국과 같이 대표팀의 상시소집과 조기소집의 규정 외 편법을 지양해왔다. 

유럽파를 중심으로 늘어난 해외파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기도 했고, 리그를 장기간 중단하는 희생을 강요하면서 대표팀 성적을 내는 것에 대한 부작용(장기적인 축구 저변의 발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월드컵이나 올림픽 본선 직전에는 어느 정도 용인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점차 원칙과 규정에 따라 대표팀을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스템으로 자리잡혀 왔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적으로 이러한 원칙과 거리가 먼(유럽파 비중이 적은) 아시아팀들은 이번 월드컵 예선을 대비해 적어도 2주 이상의 조기 소집과 합숙으로 팀의 조직력과 대표 선수들의 체력을 극대화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이란마저도 지난 아시아 최종예선 1라운드에서 총 3주에 걸친 아르메니아, 이탈리아 전지훈련을 거치는 조기 합숙 훈련의 결과 홈에서 피로에 찌든 한국대표팀을 마음껏 유린했으며, 한국을 비롯하여 상대적으로 유럽파가 많은 호주와 일본은 상대팀들의 조직력과 체력에 고전하며 현재 각조 조 1위에서 밀려난 채 힘든 경쟁을 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현상은 거의 모든 국가가 조기 소집 훈련을 하지 못 하는 동일 조건에서 경쟁을 치르는 유럽과 남미의 축구 선진 대륙 예선전과 선명히 대비되는 부분으로서, 급조한 대표팀으로 아시아 최종예선을 쉽게 통과하리란 기대를 갖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오직 골로써 승리를 말하는 축구야말로 극명하게 결과를 중시하는 스포츠인 만큼 이기기 위한 모든 특단의 준비를 하지 않고서는 패배를 정당화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라운드를 앞두고 이번 '대표팀 조기 소집'이라는 특단의 조치에는 일단 환영한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여전히 장벽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유럽파를 비롯한 일부 해외파는 조기 소집을 해도 합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유럽은 FIFA의 A매치 소집 기간을 준수하기 때문에 잉글랜드, 독일 등에서 뛰는 선수들은 기존 소집 규정에 맞춰 합류할 수 밖에 없다.

J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일본축구협회가 아직 조기 소집 의사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기에 조기 소집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내부적으로는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도 변수다.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서울, 수원, 전북, 제주에서 차출되는 선수들이 완벽하게 조기 소집에 응할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 해외파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 11월 우즈베키스탄전 명단을 기준으로 구자철, 기성용, 이청용, 손흥민, 지동원, 김승규, 김진현, 박주호 중에서 조기 소집에 응할 수 있는 선수의 실제 명단은 과연 어느 정도일지도 미지수다.

기성용, 손흥민, 구자철, 지동원 등과 같이 최종예선에서 계속 주전으로 기용될 선수들이 빠진다면 조기 소집에 의한 훈련 효과는 반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성, 김보경, 김신욱, 권순태, 곽태휘, 권창훈 등 챔피언스리그 출전팀에서 차출될 국대급 선수들까지 빠지게 되면 조기 소집이 가능한 선수는 완벽한 스쿼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조기 차출에 대한 효과에 의구심을 갖게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 대표팀 최대의 아킬레스건인 수비진을 중심으로 한 조직력 극대화 때문이라도 조기 소집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사실 그동안 최종예선 5경기에서 대표팀 문제의 절반 이상은 수비조직의 붕괴로부터 기인했다.

중국, 카타르, 우즈베키스탄전 모두 불안한 수비진이 경기력 전체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비의 핵심 자원이었던 김영권이 부상으로 인해 남은 최종예선을 소화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과 남은 수비 자원들이 대비할 충분한 훈련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란, 중국, 카타르, UAE 등이 대표팀 조기 소집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과 컨디션 유지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최종예선 제 2라운드는 3월 23일 중국 원정 경기인데 대전 장소가 해발 1,900m인 고지대 쿤밍이다.

중국축구협회가 소집 기간이 짧아 원정 경기에 대한 적응이 절대적으로 어려운 한국의 컨디션 저하 상태를 철저히 노리고 감안한 장소 선택인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요청을 했고 프로축구연맹의 답변도 긍정적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가 한국 축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공감하고 협조를 해 줬다. 일종의 상생이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슈틸리케호의 대표팀 조기 소집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02년 이후 한국축구 역시 월드컵, 올림픽을 치르는 과정에서 각급 대표팀들은 과거처럼 K리그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지 않았고, 여타의 축구 선진국처럼 소집 일정을 준수해 왔다. 

하지만 한국축구는 이번에 (실로 오랜만에) '대표팀 조기 소집'이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곧 '월드컵 본선직행'이라는 한국축구의 절대적이면서도 대승적인 명제에 부합되는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의 협조로 이루어질 예정이며, 이제 남은 것은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과 '축구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월드컵'이라는 선수들의 간절한 소명의식, 그리고 변치않는 팬들의 성원 여부에 따라 그 결과물을 잉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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