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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필드/축구

한국, 시리아전으로 본 쓰리백 포메이션 전술 변화의 필요성

by 투필드 2017. 3. 30.

중국전 0대1 패배 충격 후 홈그라운드에서 펼쳐진 시리아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A조 7차전에서 한국은 비록 1대0으로 악전고투 끝 승리를 거뒀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과 해결 과제를 드러냈다.

 

반면 시리아는 이번 경기에서 한국을 잡을 경우 A조 2위까지 넘볼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 수비, 후 공격'이라는 팀컬러에서 완전히 탈피, 경기 내내 한국을 상대로 맹공을 펼쳤다.

한국은 시리아의 이러한 모습에 적지 않게 당황했고, 홈팀임에도 불구하고 경기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지 못한 채 두 차례의 권순태 골키퍼에 의한 결정적인 선방과 시리아에게는 악몽이 된 골대 불운에 힘입어 간신히 실점을 면했다. 

   

  

한국팀이 홈그라운드에서 아시아 전통의 강호가 아니었던 팀을 상대로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일단 상대의 실제적인 전력 분석과 시리아가 한국팀을 상대로 구사할 전술 예측에 실패했다.

   

슈틸리케호는 시리아가 원정 경기에서 그토록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것이란 예상을 미처 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대의 밀집수비를 헤집고 돌파해내기 위해 빠른 공간침투와 저돌적인 돌파능력을 지닌 황희찬을 처음으로 선발 투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이것이 그래도 처음 시도된 변화였다)

황희찬을 먼저 투입하여 확실하게 상대를 흔들어놓고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에 김신욱 등의 카드를 활용할 복안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리아의 체력은 한국을 훨씬 압도했다. 

게다가 최전방에서부터 강력한 압박과 센터백까지 공격에 가담하는 시리아의 기세에 눌린 한국팀은 점유율 면에서 근소하게 앞서긴 했지만, 대부분 우리 진영에서 볼을 돌리는 부분이 많았을 뿐, 정작 빠르고 세밀한 공격을 펼칠 수가 없었다.

   

  

중원에서 고명진의 역할과 활약은 존재감 자체가 없었고, 수비에 가담하느라 정신이 없던 기성용 또한 키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이 그나마 조금 나아진 것은 한국영이 교체 투입되어 수비 부담을 덜어주면서 기성용이 공격라인의 지원 역할을 그나마 제대로 하는듯 보였기 때문이다.

  

중국전과 시리아전, 그리고 지금까지 최종예선에서 한국팀의 살얼음판 같은 부진이 계속 되고 있는 요인은 체력 저하, 불안한 조직력, 주력 선수 이탈, 선수 선발 논란, 컨디션 난조, 시스템 실종, 신태용 코치의 U-20 대표팀 감독 차출로 인한 수석 코치 부재, 상대 전력 분석 실패, 전략 전술의 부재, 축협의 무능(이 부분은 차후 다루기로 한다) 등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모든 원인들을 한 번에 언급할 수는 없으므로,, 일단 팀컬러 및 플랜A·B에 따른 다양한 포메이션 변화 측면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현재 슈틸리케 감독이 선호하는 한국팀의 전형적인 포메이션은 4-2-3-1이다.

원톱(선발 자원은 스위칭플레이어, 조커는 타겟형) 아래 제2선 공격수 3명(중앙공격수인 공격형MF와 두 명의 측면 공격수)을 배치하고, 기성용+1이 중원을 담당하며, 그 아래 포백라인이 포진하는 형태이다.

  

<슈틸리케호의 전형적인 4-2-3-1 포백시스템>

황희찬

손흥민      구자철       남태희

기성용      고명진(한국영)

김진수       홍정호       장현수      최철순

권순태(GK)


  

시리아전에서는 아래와 같이 변형된 4-1-4-1 공격적 포메이션을 처음 시도했으나 시리아의 거센 역공에 무기력했다.

그 결과 나중에 고명진을 한국영과 교체하여 수비를 강화하면서 다시 4-2-3-1로 회귀했다.

 

  <시리아전 4-1-4-1 변형 포메이션>

황희찬(이정협)

손흥민     구자철     남태희     고명진(한국영)

기성용

김진수     장현수     홍정호     최철순

권순태(GK)

    

한국의 이러한 포메이션과 후반 김신욱 조커 투입 전술은 이미 아시아 모든 팀들이 훤히 꿰뚫고 있고, 이에 대한 대응법도 이미 인지하고 있는 상태다. 

리피 감독의 중국과 이번 시리아의 한국전 대응 키워드는 한국 수비진을 교란하는 선제적인 공간 침투와 적극적인 공수 전환 및 압박으로 한국의 빌드업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당황한 한국의 공격력은 무뎌졌고 그렇지 않아도 문제가 많았던 수비라인은 더욱 불안해졌다.

  

이들이 선택한 대응 방법은 '체력 + 중원에서의 미드필드 숫자 확보 + 상황에 따른 포지션 및 포메이션 변화'였는데,, 여기에 중국과 시리아는 현 상황에 대한 절박함과 투지까지 더하여 한국을 필사적으로 자신들의 페이스로 끌어들여 해볼만한 상대로 전락시켰다. 

따라서 우리 역시 이들과 마찬가지로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전술적 변화를 시도할 필요성이 있으며, 포메이션의 경우에는 히딩크 사단의 2002 한일월드컵 세대가 선택했던 '쓰리백 포메이션의 플랜B化'라는 파격적인 발상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것은 단순히 수비만을 강화하려는 포지션 변화가 아니다.

이것의 전제는 바로 공격라인에서의 제로톱에 가까운 유기적인 스위칭플레이와 멀티 자원들의 포지션 변화 가능성이며, 안정된 수비라인을 바탕으로 한 미드필드에서의 강력한 장악력 확보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다.

  

현 스쿼드(이번 중국, 시리아전 명단 토대)를 전제로 한 가상의 공격 전형 위주 4-3-3 쓰리백 포메이션은 다음과 같다. 

 

<4-3-3 쓰리백시스템 변형>

지동원

손흥민       구자철       남태희

한국영       기성용       정우영 

김기희       홍정호       장현수

권순태(GK)


지동원을 최전방에 두는 이유는 측면 공격수로의 스위칭이 가능하고, 최전방에서부터 압박이 가능한 수비가담율이 높기 때문이며, 경기 초반 상대 수비진과 많은 경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의 선호도는 물론 소속팀인 아우크스부르크에서도 지동원을 꾸준히 출장시켜 활용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 전형은 또한 중원의 양측면 사이드MF들이 공격을 자제하는 대신 기성용이 공격에 가담하는 시프트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이 포메이션은 교체카드 3장 이내로 포지션 변화를 꾀하면서 전환이 가능하다.

포백 전환시 김진수가 투입됐을 때에는 장현수가 라이트 윙백 멀티 포지션 역할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레프트 윙백에 비해 아직까지 오른쪽 윙백라인은 이용과 김창수 등이 있긴 하지만, 차두리 은퇴 이후 아직까지 확정적인 자원이 부재한 무주공산 상태이며, 조광래 감독 시절 김영권이 왼쪽 윙백을 맡았던 적이 있던 것처럼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에는 센터백(혹은 포어 리베로) 장현수가 라이트 윙백을 맡은 적이 있다.

포백 전환시 김진수(정우영)의 교체카드 1장을 사용했을 때 포지션 및 4-2-3-1 포메이션 복구는 다음과 같다.

 

<4-2-3-1 포백시스템으로 변경>

지동원

손흥민     구자철     남태희

한국영     기성용

김진수     김기희     홍정호     장현수

권순태(GK)

    

이처럼 위에서 나열한 전제 요건들을 감안한다면 포메이션 변화는 경기 도중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전술적 변화를 이야기 하는 이유는,, 이미 언급했다시피 우리의 전형과 전술은 이미 상대팀들에게 확연히 노출되어 있고, 우리 스스로도 이러한 전술적 전형에 매몰되어 유연한 플레이가 실종된 채 경직된(상대팀이 보기에는 뻔한) 경기 운영과 식상한 교체 카드 운용을 하고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쓰리백인가? 이미 유행이 지난  전형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포백이 정답이고 쓰리백은 한 물 갔다'라는 말은 옳지 않다. 

실제로 유럽 빅리그나 K리그에서도 (최용수 감독의 경우) 포백쓰리백 변형은 자주 있으며 실효적인 결과를 충분히 도출해내고 있다.

  

또한 축구의 전술도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회귀하기도 한다.

바이에른 뮌헨과 같이 강력한 미드필더들이 포진한 팀은 중원에서 역삼각 트라이앵글 형태의 변형된 쓰리백을 혼용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한국팀에게 이러한 쓰리백 전술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첫째, 한 가지 포메이션만으로는 이미 상대팀들의 대응 전술을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둘째, 현 대표팀의 불안한 수비조직력과 윙백의 공수전환 역할이 미비한 가운데 안정된 수비와 미드필드에서의 숫적 우위를 확보하여 체력적, 공간적 우위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이를 바탕으로 한 제로톱에 가까운 공격라인의 유기적인 스위칭플레이와 수비라인 및 미드필드진의 빌드업을 통해 상대의 수비라인과 체력을 조기에 붕괴시켜야 한다.

넷째, 이러한 전술적 유연성이 가장 강력하게 발휘된 경험을 지닌 세대가 바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루어낸 히딩크 사단의 주역들이다.

 

(kfa)

 

물론 이러한 4-3-3 쓰리백 전술은 기존의 4-2-3-2 포백전술과 혼용하여 운용할 때 비로소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것을 플랜A로 할 것인지?, 아니면 어느 전형을 먼저 운용할지?'에 대해서는 이 또한 경기 직전 우리팀의 상황과 상대에 대한 정확한 예측 결과에 따라 감독이 선택해야 할 몫인 것이다.

 

물론 포메이션 전형 하나로 전술적 대응력이 완성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상대가 예측할 수 없는 전술적 유연성 및 분위기 전환을 도모하고, 흐름의 역전을 통해서 역동적이고도 주도적인 경기 운영을 시도하기 위한 사안으로써 검토될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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