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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필드/축구

베트남 축구의 정신력과 축구팬들의 순수한 열정 (U-19 한국vs베트남 1대1)

by 투필드 2018. 4. 23.

축구에 있어 강팀의 요건은 무엇일까?

  

물론 그 첫 번째 조건은 탄탄한 기본기와 세련돤 기술을 발판으로 한 실력이다.

피지컬도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 두 가지 요건이 부족할 때마다 정신력을 이야기 한다.

 

맞다. 정신력, 즉 투지도 매우 중요하다. 이건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정신력만으로는 안 된다. 

하지만 적어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라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뛴다'라는 정신력과 투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건전하고 투명하며 지속적이고도 일관된 투자와 시스템이 갖춰여야 하며, 무엇보다도 팬들의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

실망스럽다고 비난만 일삼고 재미있는 경기를 해야만 봐주겠다는 논리와 세계적인 수준을 언급하며 자국팀과 자국리그를 무시하는 팬들의 오만이 지금과 같이 계속된다면 우리 축구는 절대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강팀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갈수록 퇴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요인들을 총체적으로 대비하여 보여준 경기가 바로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진 JS컵 U-19 국제청소년축구 마지막 경기인 U-19 한국VS베트남 경기이다. 

별로 비중이 큰 경기도, 관심을 끄는 경기도 아니었고 경기 결과도 1대1 무승부로 끝난 평범한(?) 경기였지만, 여기서 우리는 현재 한국과 베트남의 축구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박항서의 기적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의 축구 열기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의 축구 수준은 한때 아시아축구의 한 축을 이룬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월드컵은 커녕 아시안컵 본선도 제대로 나간 적 없는 형편없는(우리가 늘 쉽게 치부하듯)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축구팬들의 자국팀, 자국리그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오만에 가득차고 이기적이며 건방진 어떤 나라의 축구팬들보다 훨씬 순수하다.

  

그들의 축구대표팀 수준이 세계적이어서 그들이 축구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리그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급이어서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프로야구가 없어서(볼게 없어서) 축구가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박항서 감독이 이룬 '베트남의 기적'은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 이미 그 이전에 기적을 만들어낼 만한 여건이 이미 충분히 조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피지컬, 기술적 측면에서 아직도 아시아 탑클래스에는 못 미치지만,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정신력(투지)을 접목하자 베트남은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변모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영광의 자산을 갖고 있는 박항서 감독은 2002년 우리 한국팀이 유럽팀 선수들을 상대할 때와 같은 '투지와 자신감'이란 부분에 주목했고, 베트남 선수들에게 팬들의 사랑을 바탕으로 한 동기부여에 주력했다.

이것을 기폭제로 삼은 베트남 선수들과 축구팬들은 베트남 축구 역사상 사상 최초로 이루어낸 아시아 U-23 준우승, 2018 아시안게임 4강 등의 놀라운 결과물과 벅찬 성취감으로써 스스로에게 보답하며 환호했다. 

(2018.12.16일 박항서의 베트남은 드디어 염원하던 스즈키컵 우승컵을 들어올리게 된다)

  

 

박항서 감독이 지핀 불씨의 결과 이후 베트남 축구는 단단한 힘이 생겨났다. 

아니, 원래부터 이미 존재했던 것들을 토대로 이제 그들이 할 수 있는 역량의 최대치로 끌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박항서 감독은 이미 풍부하게 쌓여있던 마른 장작에 기름을 부은 불꽃을 던져버렸던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마치 수원경기장이 베트남이란 착각이 들 정도로 베트남 팬들이 훨씬 많았다.

베트남 선수들도 선제골을 허용한 뒤에도 자포자기 없이 악착같이 한국팀과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이 모습을 보고 우리는 또 다시 우리팀의 정신력 문제를 언급한다.

  

  

정신력만을 운운하는 것 역시 책임을 회피하는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정신력과 투지는 중요하다. (고로 굳이 부연 언급을 하지 않겠다)

  

그러나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팀에게 바라는 결과물이 있다면,,

그 이전에 협회는 협회대로, 감독은 감독대로, 선수는 선수대로,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팬들은 팬들대로 과연 나름대로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진정한 축구팬이라면 결과물인 승리에 대한 희열만을 만끽하려는 것이 아니라, 축구에 대한 꾸준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며, 승패와 상관없이 축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전제 하에 비로소 결과와 과정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패배와 졸전에 대해 협회와 감독, 그리고 선수들은 당연히 그 결과에 대한 반성과 개선을 위한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과정이기 때문에 부연 언급을 할 필요가 없을 뿐이다.

다만, 우리의 축구 분위기가 '과연 축구에 대한 애정 어린 건전한 비판을 할 수 있을 만한 자격을 갖춘 여건인가?'를 생각하면 다소 심란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감독의 역량, 선수들의 체력, 기술, 정신력 등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감독과 선수 구성까지 운운하는 등의 훈수를 두기 이전에 먼저 자신이 정말 축구팬이 맞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베트남 선수들은 비록 여전히 축구 변방에 머물러 있지만, 팬들의 열정과 애정이 있기에 어쩌면 가장 행복한 선수들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수준을 따지기 이전에 자신들의 팀과 리그를 사랑하고, 축구 그 자체를 사랑한다.

  

그리고..

축구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큰 아이템으로서 스포츠, 아니 어쩌면 정치 그 이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그 어떠한 스포츠 종목도 축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다.. 

    

(관련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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