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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필드/축구

구자철·지동원의 멀티포지션 후유증

by 투필드 2013. 10. 30.

심각해진 지동원·구자철의 멀티플레이어 포지션 부작용

  

  

구자철과 지동원..

이 두 선수는 기성용·이청용·김보경·홍정호·김영권·윤석영 등과 더불어 향후 우리나라 축구의 황금세대를 이끌어갈 주역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한껏 뿌듯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리란 기대감은 여전히 변함이 없지만, 현재 부상중인 구자철과 출전 기회가 사라진 지동원을 보고 있자면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편칠 않습니다.

  

멀게는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1 카타르 아시안컵 등에서 보여주었던 활약과 가깝게는 런던올림픽 동메달획득, 그리고 아우크스부르크 1부 리그 잔류의 1등공신 역할을 했던 이 두 선수의 부진함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면 (물론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아마도 '두 선수가 보유한 멀티플레이어 능력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지동원은 공격수이면서도 수비가담력이 매우 좋은 선수입니다.

공격실패후 상대가 공격전환시 최전방 압박은 물론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모습은 지동원선수의 성실한 장점이라 할 수 있겠죠.

  

물론 팀을 위해서 이처럼 헌신적이고 성실한 모습은 좋지만, 그러나 공격수로서 지동원은 좀 더 임펙트한 모습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이적 당시 지동원은 이런 장점을 발휘하면서도 짧은 기간 동안 공격수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습니다.

  

그러나 원소속팀에 돌아온후 적극적인 헤딩을 회피했다는 매도를 당하고 감독이 바뀐후 교체 출전한 경기에서는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뛰어다녔지만 돌아온 것은 홈팬들의 냉소적인 평가였으며 그 이후 자신감마저 급격히 떨어져 대표팀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고 출전 기회마저 요원해지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지동원에게 필요한 것은 위축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지만, 최전방과 왼쪽 측면, 그리고 섀도우스트라이커 역할을 두루 맡으면서 겪은 혼란스러움과 애매한 플레이롤을 털어버리고 공격포인트를 위해 보다 임펙트한 역할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멀티포지션에 대한 부작용으로 후유증을 겪는 선수라면 구자철이 가장 대표적인 것 같습니다.

수비형미드필더에서 시작하여 공미의 섀도우스트라이커로, 볼프스부르크 이적 초기에는 디에구에 밀려 오른쪽 측면에 간간히 투입되다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그래도 가장 잘 어울리는 공격형 MF로서 공수를 조율했다가 또 다시 대표팀에서는 생뚱맞게 제로톱 최전방의 펄스9 역할까지 맡았습니다.

  

대표팀에서는 K리거 시험 실패와 대표팀 합류가 물 건너 간 박주영, 그리고 지동원의 부진으로 인한 원톱부재에서 기인된 구자철의 포지션 파괴는 결국 보이지 않는 과부하에 의한 잦은 부상을 야기했다고 봅니다.

소속팀에서는 공격성향이 강하고 철저하게 자신을 중심으로 한 플레이를 펼치는 디에구에게 막혀 수비 부담이 가중되거나 측면을 지원하는 역할까지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구자철은 원래 체력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유럽무대 진출 이후 이 부분은 상당히 보완되었지만, 이쯤되면 아무리 전술이해도가 높고 영리한 선수라도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는 포지션 변동인 셈이죠.

물론 그만큼 멀티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것은 어쩌면 팀 내 다른 포지션의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이기 때문에 궂은 역할을 도맡을 수 밖에 없는 고육지책의 희생양일 수도 있습니다.

  

구자철과 지동원 모두 가장 몸에 맞는 옷을 입고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시기는 아마도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이적 당시였다고 봅니다.

지동원은 왼쪽 측면이나 섀도우 투톱 형태로 포진했고, 구자철은 공격형MF로 공격을 조율했을 때 가장 시너지 효과가 컸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구자철은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각각 원톱부재와 디에구의 오버페이스로 인해 최전방과 수비적인 상반된 역할을 넘나들며 혼란스런 역할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플레이스타일과 팀컬러의 매칭을 위해 손흥민에게 프리롤이나 원톱을 맡기지 않고 왼쪽 측면을 맡겨야 하는 대표팀 상황에서 자신감이 떨어진 지동원이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맡기엔 다소 버거워 보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지동원 역시 그동안의 활약을 복기해 보면 예전의 설기현처럼 왼쪽 측면과 섀도우스트라이커 역할을 수행했을 때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여전히 뛰어난 멀티능력을 가진 구자철과 지동원이 차세대 한국축구를 이끌어 갈 유능한 자원들이라는 것은 틀림없습니다만, 이제는 어느 정도 특화된 포지션에서 확고한 플레이롤을 수행하는 것이 좋을듯 합니다.

  

어쨌든 이 두 선수가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비를 반드시 넘어서야 한국축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진정한 빅리거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두 선수 스스로가 잘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모쪼록 구자철·지동원, 이 두 선수의 파이팅을 다시 한 번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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